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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를 처음 들렸던 기억은 거의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본 사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한곳을 꼽으라면 저는 꼭 부석사를 첫번째로 손꼽는데
개인적으로 부석사처럼 조용하고 단아하여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찰은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빛 바랜 앨범 속 사진처럼 제 기억 갈피 속에 고요히 남아 있던 부석사.
이번에는 초여름 하늘이 곱고 푸르던 날에 찾아 보았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사과나무와 은행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길이 나오는데
천왕문 바로 전 길 옆에서 당간지주(보물 제255호)를 제일 먼저 만났습니다.
사찰에서 행사가 있을때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데 이 깃발을 달아두는 장대를
당간(幢竿)이라 하고 장대를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이런 돌기둥을 당간지주(幢竿支柱)라고 한다네요.
태백산 줄기인 봉황산이라는 산중턱에 위치한 부석사는 자연적인 가람 배치를 하고 있답니다.
산의 자연적인 생김새에 따라 순서대로 가람을 배치하다 보니
대웅전인 무량수전에 이르기까지는 무려 108개의 돌계단을 숨이 차게 올라야 했어요.
경내로 들어서면 눈 앞에 범종루가 마주 보이고 좌우에 늘어선 석탑 들의 조화가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웠습니다.
특이하게도 범종루의 전면은 동쪽을 향해 있다고 하네요. 마주 보이는 정면은 범종루의 측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범종은 옆에 있는 신범종각에 걸려 있고 범종루에는 큰 법고와 목어만이 걸려 있었어요.
범종각을 지나니 또 높은 계단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위로 수려한 자태를 드러낸 누각은 안양루라고 해요.
2층으로 된 안양루는 누각 아래 가운데 계단을 통해서 2층 높이의 절 마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안양문 계단을 올라 무량수전 마당으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마당에 올라 안양루를 보면 이런 모습인데요.
1층 입구는 안양문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2층 누각에는 안양루라는 편액이 걸려 있었어요.
안양루 바로 앞에 선 석등 뒤로 국보18호 무량수전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어요.
우리나라 팔작지붕의 시초라는 무량수전은 주심포 기둥이 절묘한 배흘림 기둥인 것으로 유명하지요.
배흘림기둥이란 기둥 중간 부분을 약간 튀어나오게 한 기둥인데
중간을 볼록하게 함으로 기둥 머리 부분이 넓어보이는 착시현상을 막아주고
건축물의 무게가 기둥의 중간 부분에 집중된다는 건축 구조 역학을 고려한 것이라네요.
다른 불전과 달리 불전의 옆면에 불상을 모시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어요.
부석은 우리 말로 '뜬 돌'인데 돌이 실제로 떠 있을 수는 없고 아래 돌과 틈이 벌어져 있다고 하네요.
부석에는 얽힌 이야기로는 중국 여인인 선묘가 의상대사가 중국에 있을 때 그를 몹시 사모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의상대사가 고국인 신라로 돌아오게 되자 선묘는 그만 바다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어요.
그 뒤 의상대사가 부석사 자리에 절을 지을 때 이 자리를 도적들이 차지하고 있어 애를 태웠는데
죽은 선묘의 영이 돌을 띄우는 영험을 보여 도둑들이 도망가게 되고
그 자리에 부석사를 지었다는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가 전해 온답니다.
무량수전 뒤쪽으로 가니 사찰 내의 가람들이 아담하게 들어앉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안양루 아래 앉은 가람들은 물론 맞은편 마을과 저 먼곳 산줄기까지 은은하게 눈 앞에 펼쳐졌어요.
아~ 참 좋다! 셔터를 누르던 손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이나 아래를 멍하게 바라보았습니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 왔더니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있고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 있구나.'
안양루의 걸린 김삿갓의 시 한편이 떠오르는 부석사의 아름다운 전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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