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 꽁꽁 숨겨진 정자 만휴정을 찾아 안동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길안면 묵계리 길안천에 놓인 하리교를 건너 지류를 따라 올라가니 송암계곡이 나왔습니다.





마을 앞 자그마한 다리를 건너니 만휴정 원림이 시작되는 숲길이 보였습니다.

알려진 곳이 아니라 그런지 안내판 하나만 있을 뿐 제대로 갖추어진 주차장도 없더군요.

원림 들어가는 입구에 3대 쯤 주차할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 주차하고 숲길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싱그러운 숲길을 한참 걸어올라가니 길 저편에 기와 지붕이 나타났습니다. 





길 윗쪽에서 보니 아래 계류 위에 다리가 걸쳐져 있고 나무 사이로 작은 정자가 하나 숨어 있더군요.





계류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서니 정자로 향하는 외나무다리의 모습이 잘 드러났습니다. 

수량이 풍부하면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을텐데 제가 간 날은 계곡물이 너무 말라 있더군요.





외나무다리 위에 오르니 새삼 다리의 폭이 너무 좁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다리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계류 건너편에 정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요?  

이 다리를 건너 계류 저편에 앉으면 속세와 떠나 독서와 사색에만 열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겠지요. 





'만휴정(晩休亭)'이란 '늦은 나이에 쉰다'는 뜻으로 조선 전기 문신 김계행이 말년에 귀거래하여 지은 정자입니다.

김계행은 자손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지는 못했으니 청렴을 제일로 하는 청백리의 정신을 유산으로 남기고

'나의 집에는 보물이 없다. 오로지 청백 뿐이라'라는 정신을 그의 시에 남겼다고 하네요.





외나무다리와 연결된 작은 문을 통해 정자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정자의 쪽문도 정말 소박하더군요. 정자가 들어선 마당도 다른 정자에 비해 협소하기 그지없습니다.





정자에 오르기 전에 만휴정의 야트막한 담을 따라 좁은 마당을 한바퀴 둘러 보았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불두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데 정자 마당에도 탑스럽게 피어있었어요.

만휴정 정자의 정취와 참 잘 어울리는 꽃인 것 같았습니다.





신을 벗고 만휴정 마루에 올라보았습니다. 계자난간 앞으로 앞산의 선허리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르게 되더군요.





나즈막한 담장 너머로 계류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참 멋스럽게 보였습니다.

이곳에 앉았던 선현들은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류를 보며 한편의 시가 저절로 나왔을 것 같네요.





정자 오른쪽으로 보니 암반 위를 흘러 도착한 자그마한 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국을 연이어 강타한 폭우 속에서도 경북 지역은 유달리 비가 오지 않은지라 물이 너무 말라있더군요.

수량이 많았더라면 소에는 물론이고 아래 폭포에 송암폭포에도 하얀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을텐데......

세찬 비가 몇 차례 내린 후 만휴정에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만휴정의 외나무다리를 다시 건너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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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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