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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없던 강추위와 폭설로 인하여 어깨가 움츠려들기만 했던 이번 겨울
언제나 봄이 올까..... 먼먼 훗날의 일 같더니
매서운 날씨 속에서도 어김없이 2월이 오고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입춘'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 왔다.
우리네 풍속에는 해마다 입춘이 되면 새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입춘을 맞이하는 글을 써붙이는데
대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은 '춘첩자(春帖子)'를 붙이고 민간에서는 '춘련(春聯)'을 붙였다.
이를 입춘서(立春書), 또는 입춘방(立春榜)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양반 집안에서는 손수 새로운 글귀를 짓거나 옛사람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춘련을 써서 봄을 축하하는데
이것을 '춘축(春祝)'이라 하고 댓구를 맞추어 두 구절씩 쓴 춘련을 '대련(對聯)'이라 불렀다.
이 춘련들은 집안의 기둥이나 대문, 문설주 등에 두루 붙이게 되는데
한번 붙인 입춘서는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그 다음해 입춘이 되면 전에 붙인 입춘서 위에 덧붙이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그리고 입춘서는 붙이는 시간이 중요한데 2015년 입춘은 12시 58분이므로
그 시간에 맞춰 붙여야 한다고 한다.
입춘을 맞이하여 안동 소재 고택의 문설주에 붙은 입춘서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린다.
대련에 가장 많이 쓰이는 글귀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입춘에는 크게 좋은 일이 있고
새해가 시작됨에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라는 뜻이다.
여기에 쓰인'건양'이란 19세기 말 고종 즉위 33년부터
다음해 7월까지 쓰인 고종 황제의 연호(1896∼1897)를 말한다.
그 외 많이 쓰는 대련으로는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바랍니다)와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백복래(開門百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등이 있다.
그 당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뜻에서 집집마다 '건양다경'을 써서 붙였다고 한다.
퇴계 이황 고택 솟을 대문 양쪽에는 '봉천리(奉天理) 계오생(啓吾生)'이란 대련이 붙어 있다.
이는 '하늘의 이치를 받들어 나의 생을 깨우친다'는 뜻이다.
퇴계 이황 고택의 안채에도 여러 종류의 대련이 붙어 있는데
오른쪽의 '가금불상(呵禁不祥)'은 '불길한 것을 꾸짖어 금한다'는 뜻이고
왼쪽의 '신다(神茶)'는 '울루(鬱壘)' 와 짝을 이루는 대련으로써
신다와 울루, 이 두 신은 귀신들이 다니는 문의 양쪽에 서서 모든 귀신을 검열하는데
남을 해치는 귀신이 있으면, 갈대로 꼰 새끼로 묶어 호랑이에게 먹인다고 믿는다.
조선 때 천문, 지리, 측후를 맡아 보던 관청인 관상감에서는
붉은 물감으로 귀신을 쫓는 글인 '신다울루(神茶鬱壘)'를 써서 궁중의 문설주에 붙여 두었다고 한다.
'문신호령(門神戶靈)'은 문의 신과 집의 영이란 뜻이다.
'문신호령(門神戶靈) 가금불상(呵噤不祥)'은 문의 신과 집의 영이 지키고 있으니 불길한 것을 꾸짖어 금한다는 뜻.
'정자계자(正自啓自)'는 '스스로 바르게 함으로 자신을 깨우쳐라'....
'화복무문(禍福無門) 유인소소(唯人所召)' ....이 두 귀절이 보통 짝을 이루는 대련인데
'화와 복은 들어오는 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사람이 불러오는 것'이란 뜻...
사자소학 수신편에 있는 글귀이다.
'육오배헌남산수(六鰲拜獻南山壽) 구룡재수사해진(九龍載輸四海珍)'.
이름있는 고택도 아닌 안동의 어느 평범한 골목집 기둥에 붙어 있던 입춘서도 눈길을 끈다.
'육오배헌남산수(六鰲拜獻南山壽)'는 여섯 자라가 절하며 남산의 장수를 집주인에 바쳐주며
'구룡재수사해진(九龍載輸四海珍)'은
아홉용이 사해의 보배를 실어와서 자기 집에 가져다 주기를 기원하는 입춘서이다. .
.
예전에 한옥에 살 때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쯤이야 누구나 써서 문설주에 붙였다지만
아파트식 주거에 익숙해 진 지금은 입춘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새 봄엔 입춘서에 쓰인 글귀들 처럼 세파에 찌들어 힘든 우리네 가슴에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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