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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를 처음 찾아간 기억은 거의 1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저수지가 주왕산 근처에 있다는 소리를 함께 근무하던 분에게서 들었거든요.
청송에서 몇년간 근무하셨다는 직원의 말에 따르면 주산지의 아름다움은 겨울철 이른 새벽에 보아야 하는데
겨울 새벽에 물안개 피어 오르는주산지를 보지 않고는 주산지를 보았다고 하지도 말라는 말을 덧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다음날 차를 한참이나 몰아 주산지를 찾아갔는데요. 지금처럼 진입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때였지요.
저수지 바로 옆에 차를 대고 주산지를 둘러봤는데 그다지 크지 않은 자그마한 저수지였어요.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어 얼마나 고요하고 적막하던지......아직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건너편 산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 하고
자그마하게 주고 받는 대화도 산에 부딪혀서 다시 돌아올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마치 태고적부터 물 속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신비한 왕버들 수십 그루.
이리 저리 비틀어지며 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은 주산지의 비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년이 흐른 뒤에 다시 찾은 주산지는 그 모습이 너무도 많이 변해져 있었어요.
안쪽에는 전망대가 설치되고 나무마다 팻말이 붙고.....거기다 무언가 이상한 세트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어요.
주산지 한가운에다 세우는 절간같은 세트가 얼마나 허접하고 어설프던지......'대체 이게 뭐야!' 란 소리가 절로 나왔었죠.
알고 보니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세트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어요.
나중에 영화를 봤는데 엄청 허접하게 보였던 그 세트는 다행히 화면 속에서는 멋지게 표현되었더라구요.
주산지의 아름다움 또한 영화에서 제법 잘 표현되어 다소 안심이 되었어요.
영화로 인한 유명세 때문인지......사진가들이 올린 멋진 물안개 사진 때문인지......
지금의 주산지는 사진가들의 셔터 소리, 관광객들의 떠들석한 소리로 시끄러운 관광 명소가 되었구요.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신비감마져 느껴지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오래 된 물 속의 왕버들은 무분별한 사진가들의 진입을 막는 울타리에 가려 자세히 보기가 힘들게 되었어요.
하지만 요즘도 주왕산에 갈 때면 꼭 주산지에 들리곤 합니다.
예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은 사라졌지만 주산지를 처음 찾았던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제 마음 속에 남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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